나의 타로카드 입문기

실바니안 인형의 집을 팔고 산 내 첫 타로 덱 (My First Tarot Deck)

윔지컬은 제일 아끼던 실바니안 패밀리 인형의 집을 중고로 내놓고 산 게 제 첫 타로 덱이었어요. 작가가 되고 싶었던 학생이 이야기 공부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타로가 어쩌다 지금의 저까지 데려왔는지, 그 첫 장면부터 풀어볼게요.

인형의 집을 팔고 온 날

때는 2002년 입니다. 우체국 창구에 박스를 올려놓을 때 손이 살짝 떨렸어요. 학생이었던 저한테 타로 덱 한 벌 값이 있을 리 없었거든요. 지금은 없어진 ‘인터하비’라는 사이트에서 윔지컬(Whimsical Tarot)이라는 덱을 발견하고 며칠을 고민하다가, 결국 제일 아끼던 실바니안 패밀리 인형의 집을 팔기로 했어요. 인형의 집을 떠올리면 아까웠고, 덱을 떠올리면 자꾸 설렜거든요. 결국 설렘이 이겼어요. 그게 제 인생 첫 중고거래였어요^^

그 시절엔 뽁뽁이도 없었어요. 신문지를 잔뜩 구겨서 인형의 집이 안 부서지게 꽁꽁 싸매고, 우체국까지 들고 가서 택배로 부쳤어요. 그 돈이 입금되길 기다리는 며칠이 참 길었어요.

제가 그 시절 타로를 시작한 이유는 좀 달랐어요. 점을 보려던 게 아니라 이야기를 공부하고 싶었거든요. 상징, 원형, 서사. 그런 게 다 카드 한 장 안에 들어 있잖아요. 윔지컬은 서양 동화랑 마더구즈(Mother Goose) 캐릭터들을 카드에 담은 덱이에요. Dorothy Morrison이 기획하고 Mary Hanson-Roberts가 그렸고, US Games사에서 나왔어요. 작가 지망생이었던 저한테는 그 설정 자체가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진짜 그랬어요.

택배가 도착하던 날, 박스를 뜯던 감촉이랑 냄새는 지금도 기억나요. 카드를 한 장 한 장 보호비닐에 정성스럽게 끼웠어요. 귀퉁이까지 꾹꾹 눌러가면서요. 근데 막상 섞어보니 손에 잘 안 맞더라고요. 미끌미끌하기도 하고, 두께도 살짝 어긋나고요. 지금은 보호비닐보다 그냥 쌩 카드가 낫다고 생각해요.

Moon 카드 앞에서 멈춰 선 이유

근데 상징 공부에서 막혔어요. 특히 Moon 카드요. 윔지컬의 Moon 카드엔 소가 날아다니는 그림이 있었거든요. 왜 하필 소가 날지? 아무리 들여다봐도 저한테는 안 들어오더라고요. 마더구즈 동요에서 온 이미지였는데, 한국인인 제가 그 배경 자체에 무지했으니 해석이 될 리 없었어요. 영어 해설서도 따로 사봤는데, 그게 저를 구해주진 못했어요^^

참고로 메이저 아르카나(Major Arcana, 라틴어로 ‘비밀’이라는 뜻)는 타로 78장 중에서 인생의 큰 흐름이나 중대한 사건을 다루는 스물두 장의 카드를 말해요. 그 중에서도 Moon은 해석이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덱 자체의 문화적 배경까지 낯선 상태에서 파고드는 건 무리였어요. 솔직히 말하면 라이더 웨이트(Rider-Waite) 덱의 Moon 카드도 지금까지 아리까리해요. 달빛 아래 게랑 늑대, 탑이 그려진 그 카드 특유의 모호함은 해석자마다 다르게 풀거든요.

다신 안 한다더니, 결국 웨이트 덱을 샀어요

몇 년 뒤엔 가지고 있던 덱들을 전부 버린 적이 있어요. 어떤 시기는 그냥 마침표를 찍고 싶어지잖아요. “다신 안 해야지” 했는데 — 지금 보시다시피 저 타로 하고 있어요. 무슨 관성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타로를 잡고 있더라고요. 그때는 “역시 웨이트지” 하고 웨이트 계열 덱을 새로 샀어요.

라이더 웨이트는 1909년에 나온 덱이에요. A. E. Waite라는 학자가 방향을 잡고, Pamela Colman Smith라는 화가가 그림을 그려서 William Rider & Son 출판사에서 펴냈어요. 이 덱이 타로의 기준이 된 이유는, 마이너 아르카나(Minor Arcana) 56장까지 전부 그림으로 표현한 최초의 덱이라서 그래요. 마이너 아르카나는 일상의 세부적인 상황을 다루는 카드인데, 라이더 웨이트 이전에는 트럼프 카드처럼 숫자랑 기호만 있었거든요. 그림으로 된 덱이 생기면서 타로 해석이 훨씬 직관적으로 바뀐 거예요.

제가 지금 쓰는 덱은 US Games Systems에서 나온 유니버셜 웨이트(Universal Waite)예요. 라이더 웨이트의 상징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색감을 더 부드럽고 현대적으로 다듬은 덱이에요. 재밌는 건, 유니버셜 웨이트에 색을 입힌 사람이 Mary Hanson-Roberts라는 거예요. 그 분이 바로 제 첫 덱 윔지컬을 그린 화가거든요. 이걸 나중에 알고 혼자 좀 신기했어요. 돌고 돌아 같은 손길이 닿은 덱을 다시 쥐게 된 셈이잖아요.

그래서 지금도 타로 입문하려는 분이 저한테 뭘 사면 좋냐고 물어보면, 저는 웨이트 계열, 그중에서도 유니버셜 웨이트를 권해요. 카드 한 장 한 장에 그림이 있어서 직관적으로 해석이 되고, 국내외 참고 자료가 압도적으로 많거든요. 초보 시절엔 막히는 카드가 생겼을 때 찾아볼 레퍼런스가 많다는 게 진짜 중요해요. 상징 체계도 명확해서 나중에 다른 덱으로 넘어갈 때 기준점이 잡히고요. 역방향(Reversed) 해석이나 수트(Suits) 간의 관계도 웨이트를 기준으로 익혀두면 흔들리지 않더라고요. 역방향은 카드가 뒤집힌 상태로 나왔을 때를 말하는데, 무조건 나쁜 의미가 아니라 에너지가 억눌렸거나 지연되는 상황으로 읽는 경우가 많아요. 수트는 완즈(Wands), 컵(Cups), 소드(Swords), 펜타클(Pentacles) — 불·물·공기·땅의 원소에 대응하는 네 계열이고요. 더 깊게 들어가고 싶은 분은 Labyrinthos의 Tarot Card Meanings도 참고하시면 좋아요. 저도 자주 들여다보는 곳이에요.

인형의 집을 판 그 학생이 없었다면

그 사이 타로 자격증도 두 개 땄어요. 돌이켜보면 전부 그 첫 덱에서 시작된 거더라고요.

요즘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타로를 다시 보면, 카드 속 상징들이 칼 융(Carl Jung)이 말한 ‘원형(Archetype)’이랑 맞닿아 있다는 게 자꾸 보여요. 무의식에서 반복해서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카드에 한 장씩 자리잡고 있는 거잖아요. 그 시절엔 몰랐는데, 지금 와서 보니 제가 이야기를 공부하겠다고 들여다본 그 상징들이 사실은 마음의 지도였던 거더라고요.

윔지컬을 산 건 후회하지 않아요. 작가가 되고 싶은 학생이 작가 되려고 산 거니까요. 그때의 저한테, 그 덱은 그 자리에서 옳은 선택이었어요. 인형의 집을 판 그 학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테니까요.

본 글은 개인적인 타로 경험과 해석을 공유한 것이며, 절대적 예언이나 전문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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