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타로 상징은 외우는 게 아니라 친해지는 거라고 썼잖아요. 오늘은 그렇게 친해진 감각이 다른 덱에서도 그대로 살아나는 경험을 이야기해볼게요. 제가 한때 유니버셜 웨이트보다도 더 자주 잡았던 덱, Golden Art Nouveau Tarot이에요.
예뻐서 샀어요. 그게 시작이에요
처음에 이 덱을 샀을 때 저는 솔직히 “예뻐서” 샀어요. 박스 표지부터 골드 포일이 반짝이고, 무하 풍의 아르누보 양식 일러스트에 단숨에 마음을 뺏겼거든요. 표지에는 사자 옆에 서 있는 여인이 있는데, 이건 Strength 카드의 모티프예요. 머리에 꽃을 두르고 사자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그 자세가 무하 그림 그대로의 결이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책상에 올려두고 가끔 꺼내 보는 정도일 줄 알았어요. “예쁜 덱은 보통 보관용”이라는 통념이 있잖아요. 화려한 덱은 그림이 너무 자기주장이 강해서 상담 현장에서 카드 의미가 잘 안 들어온다거나, 키 카드 식별이 어렵다는 이야기들. 저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샀어요. 근데 막상 펼쳐 보니까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이 덱이 어떤 덱이냐면
출판사는 이탈리아 토리노의 Lo Scarabeo예요. 7편에서 소개한 레노먼드도 이 출판사 거예요. 전통 원형을 충실히 복원하면서 미감을 더하는 스타일로 유명한 곳이에요. 이 덱은 2019년에 출시됐고, 일러스트는 이탈리아 작가 Giulia F. Massaglia가 그렸어요. 같은 작가가 무하 풍의 다른 덱들도 여러 개 만들었는데, Golden Art Nouveau Tarot은 그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혀요.
78장 풀덱이고, 카드 곳곳에 골드 포일이 들어가 있어요. 카드 사이즈도 적당해서 손에 잘 잡혀요. 동봉된 인스트럭션은 다국어로 되어 있고 영어도 포함돼 있어요.
무하라는 화가에 대해 잠깐
이 덱 이야기를 하려면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 이야기를 짧게라도 안 할 수가 없어요. 이 덱은 무하가 직접 그린 게 아니라 무하 양식을 차용한 트리뷰트 덱인데, 무하라는 화가의 결이 워낙 강해서 그 사람을 모르고 이 덱을 보는 건 절반만 보는 셈이거든요.
무하는 1860년에 지금의 체코 모라비아 지역에서 태어났어요. 본명은 Alfons Maria Mucha예요. 파리에서 활동한 시기가 가장 유명한데, 1894년 사라 베르나르라는 당시 최고의 여배우의 연극 포스터(Gismonda)를 우연히 맡게 되면서 하룻밤 사이에 스타가 됐어요. 그때부터 파리 거리 곳곳에 무하 양식의 포스터가 붙었고, 이게 곧 “아르누보”라고 불리게 됐어요.
재밌는 건 무하 본인은 정작 아르누보라는 분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는 자기 작품을 단순한 장식 양식으로 묶이는 걸 답답해했고, 말년에는 슬라브 민족의 역사를 그리는 대형 회화 연작(Slav Epic)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어요. 1939년 나치가 프라하를 점령했을 때 게슈타포에게 심문을 받고 풀려난 직후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이 배경을 알고 카드를 보면 그림이 다르게 보여요. 단순히 “예쁜 그림”이 아니라, 한 시대 전체를 만들어낸 양식의 결이 카드 한 장 한 장에 흐르고 있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해석은 웨이트 그대로예요
이게 이 덱의 진짜 매력이에요. 그림은 무하 풍으로 새로 그렸지만 구조와 상징은 라이더 웨이트(RWS) 그대로예요. The Fool은 절벽 끝의 청년, The Magician은 무한대 기호 위에서 네 가지 도구를 든 인물, The Lovers는 두 인물과 그 위의 천사. 핵심 상징이 그대로 옮겨져 있어서, 웨이트 덱으로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로 읽어낼 수 있어요.
지난 글에서 제가 카드 상징은 외우는 게 아니라 친해지는 거라고 썼잖아요. 오랜 시간 웨이트 덱이랑 친해진 사람한테는 이 덱이 같은 친구가 새 옷을 입고 나타난 느낌이에요. 인사 한 번 새로 할 필요가 없어요. 카드를 펼치자마자 “아 너구나” 하고 바로 이야기가 시작돼요.
저는 한때 유니버셜 웨이트보다 이 덱을 더 자주 잡았어요. 같은 의미를 가진 카드인데, 무하 풍 그림이 그날의 기분이나 상담의 결과 더 잘 맞을 때가 있거든요. 특히 여성 내담자분들이 이 덱을 보면 표정이 환해져요. “어머 이거 너무 예뻐요” 하면서 카드를 만져보시는데, 그 순간에 이미 상담의 첫 문이 열린 거라고 볼 수 있죠. 예쁜 덱으로 내담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열 수 있어서 상담자인 저로서는 사용하기 좋은 덱이랍니다.
스프레드도 편해요

스프레드가 짱 잘됩니다. 스프레드 챠르르 잘 되면 기분 좋아지시는건 모든 타로 다루시는 분들의 공통점일거에요!ㅎㅎ 앞면은 그림 저작권 문제로 뒷면만 보여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물리적인 감각으로도 좋아요. 카드 사이즈가 손에 잘 맞고, 셔플도 잘 되고, 스프레드를 펼쳐 놓았을 때 골드 포일이 빛을 받아서 카드 한 장 한 장이 살짝 빛나요. 이게 시각적으로 굉장히 우아해요. 6편에서 소개한 문올로지가 너무 커서 셔플하다 떨어뜨리곤 했던 거랑 비교하면, Golden Art Nouveau는 실용성과 아름다움이 둘 다 잡힌 보기 드문 덱이에요.
딱 하나 단점이 있어요
예찬만 늘어놓으면 좀 그러니까 하나 짚을게요. 형광등 아래에서 셔플하면 골드 포일이 빛을 반사해서 눈이 따끔할 때가 있어요. 진짜로요. 광택이 강해서 각도에 따라 눈에 확 들어와요. 형광등 직사광 아래에서 카드를 빠르게 섞으면 시각 피로가 살짝 와요.
이게 큰 단점은 아니에요. 그냥 “이 덱 사실 분들은 조명 한 번 살펴보세요” 정도의 팁이에요. 저는 방이 형광등이라 어쩔 수 없이 그냥 눈뽕(?)을 맞으면서 쓰지만, 조명 조절이 가능하신분이면 간접등을 사용하시는 것도 좋으실거에요. 반사된 빛이 눈에 들어오면 좀 아프거든요;
예쁜 게 도구가 될 수도 있어요
처음에 저는 “예쁜 덱은 보관용”이라는 통념을 가지고 이 덱을 샀어요. 그래서 자주 안 쓸 줄 알았어요. 근데 결과적으로는 가장 자주 손이 가는 덱 중 하나가 됐어요.
이 덱이 알려준 건 이거예요. 예쁜 게 도구가 안 되는 게 아니라, 예쁜 게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카드가 아름다우면 펼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그 자리가 조금 더 특별해져요. 상담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잖아요. 그 시간을 살짝 더 정성스럽게 만들어주는 도구가 있다면, 그건 충분히 제 자리를 갖는 거예요.
예쁜 덱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예뻐서 손이 자주 가고, 손이 자주 가서 친해지고, 친해져서 잘 읽히게 되는 덱도 있거든요. 이 덱이 저한테 그랬어요.
예쁜거 좋아하시면, 무하를 좋아하신다면! 이 골든 아르누보 덱 추천합니다!
본 글은 제가 개인적으로 구입하고 사용한 덱에 대한 학습과 사용 경험을 공유한 것이며, 특정 제품의 구매를 권유하거나 제휴 링크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덱에 대한 평가와 감상은 제 개인적인 사용 환경에서의 견해이며 모든 사용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본 글은 전문적인 심리 상담이나 정신 건강 서비스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