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가 아름다운 오라클 카드 Botanical Inspirations Oracle

지난 글에서는 소장용으로 만족하는 덱 이야기를 했잖아요. 오늘은 정반대예요. 제가 사람들 봐줄 때 진짜 많이 잡았던 덱이에요. 꽃 좋아하시는 분들한테 자신 있게 추천하는 오라클, Botanical Inspirations예요.

박스부터 마음에 들었어요

박스를 처음 받았을 때 저는 잠깐 가만히 앉아서 들여다봤어요. 빈티지 식물 도감 표지처럼 생겼거든요. 다양한 꽃들이 빼곡하게 배치되어 있고, 그 사이에 작은 나비 한 마리가 앉아 있어요. 가운데에 우아한 라벨로 “Botanical Inspirations DECK & BOOK SET By Lynn Araujo”라고 적혀 있고요. 박스 자체가 꽃집에서 받아 온 선물 상자 같은 분위기예요. 펼쳐보기 전부터 이미 마음이 좋아져요.

저는 원래 보태니컬한 그림을 좋아해요. 그래서 이 덱은 박스를 여는 순간부터 카드를 한 장 뽑는 순간까지 계속 기분이 좋아지는 덱이에요. 이게 사실 오라클을 고를 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카드를 펼치는 게 즐거운 일이어야 자주 손이 가거든요.

이 덱이 어떤 덱이냐면

출판사는 미국의 U.S. Games Systems예요. 라이더 웨이트 정식 판본을 출판하는 그 출판사 맞아요. 작가는 Lynn Araujo인데, 이분은 2004년부터 U.S. Games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직접 덱도 만드는 분이에요. Berkeley에서 언어학을 공부했고, Pamela Colman Smith(라이더 웨이트의 그 일러스트레이터)에 관한 책도 공저로 쓰셨더라고요. 정원과 요리, 책을 사랑한다는 작가 소개를 보고 저는 이 덱이 왜 이렇게 따뜻한지 알 것 같았어요.

2017년에 출시됐고, 그 해 ATA’s Finest Reflections Reader’s Choice Awards에서 Best Oracle을 받았어요. 카드는 44장이고, 100페이지짜리 컬러 가이드북이 함께 들어 있어요. 거기에 폴드아웃(접이식) 빠른 참조 시트도 따로 있고요.

카드가 이렇게 생겼어요

카드 한 장 한 장이 정말 사랑스러워요. 각 카드에는 꽃 이름이 영문과 학명으로 함께 적혀 있어요. 예를 들어 튤립 카드에는 위쪽에 “TULIP”, 그 아래 학명 “Tulipa”가 적혀 있고, 가운데에는 빈티지 식물 도감 스타일의 튤립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어요. 그리고 그림 아래에 키워드 두 개가 있어요. 튤립의 경우는 “FRIENDSHIP & GRATITUDE”예요. 우정과 감사. 그 아래에 이 키워드와 어울리는 명언이 한 줄 인용되어 있어요. 마르셀 프루스트의 문장이에요.

카드를 한 장 펼치면 거기에 꽃 이름, 학명, 빈티지 일러스트, 키워드, 그리고 작가의 명언이 한 페이지로 정리되어 있는 거예요. 한 카드에 식물도감과 명언집이 동시에 들어 있는 셈이에요. 이런 디자인은 제가 본 오라클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정성스러워요.

Pierre-Joseph Redouté라는 화가

이 덱의 일러스트는 새로 그린 게 아니라, 피에르 조제프 르두테(Pierre-Joseph Redouté, 1759-1840)라는 화가의 그림을 가져왔어요. 르두테는 플랑드르 출신의 화가인데, 파리에서 활동하면서 18세기 후반 유럽에서 최고의 꽃 그림 화가로 이름을 날렸어요.

그를 후원했던 사람들이 또 굉장해요. 마리 앙투아네트가 자기 성벽을 장식해달라고 그를 불렀고, 나중에는 나폴레옹의 황후 조세핀이 자기 정원이 있는 말메종 성으로 그를 초대했어요. 조세핀의 정원에는 장미만 200종이 넘게 있었다고 해요. 르두테는 거기서 그 장미들을 하나하나 그렸고, 나중에 『Les Roses』라는 세 권짜리 장미 화집을 펴냈어요. 그래서 이 덱에는 핑크, 레드, 화이트, 옐로우 네 가지 장미 카드가 들어 있어요. 르두테의 트레이드마크에 대한 헌사예요. 카드 한 장에는 르두테 본인의 짧은 전기도 따로 실려 있고요.

이런 배경을 알고 카드를 보면 그림이 다르게 보여요. 18세기 마리 앙투아네트의 성벽에 그려졌던 그 결, 조세핀 황후의 정원에서 피어났던 그 꽃들이 지금 제 손 위에서 다시 피어나는 거잖아요. 이건 카드라기보다 꽃의 박물관이에요.

오라클이라서 좋았어요

9편에서 제가 타로 상징은 외우는 게 아니라 친해지는 거라고 썼잖아요. 그럼 오라클은 어떨까요. 오라클은 외울 필요가 없어요. 진짜로요.

오라클도 해석을 다 외울 수 있으면 물론 좋겠죠. 근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세상에 오라클 카드가 워낙 많아서 주력으로 쓰는 한두 벌이 아니라면 모든 카드의 해석을 외우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 저도 이 덱을 자주 쓰지만 해석은 계속 까먹어서 그냥 해설집을 봅니다. 하하. 그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오라클은 원래 그렇게 써도 되는 카드거든요.

저는 이 덱으로 사람들을 봐줄 때 해설집을 펼쳐놓고 그 자리에서 같이 읽어드렸어요. 카드를 뽑으면 키워드와 명언이 카드에 이미 적혀 있고, 더 자세한 의미는 100페이지 가이드북에 들어 있거든요. 가이드북에는 그 꽃에 얽힌 신화, 역사, 전설, 그리고 영감을 주는 메시지가 함께 정리되어 있어요. 저는 카드를 뽑은 다음에 가이드북을 같이 펼쳐서 “이 꽃은 이런 꽃이래요” 하면서 함께 읽었어요.

이게 좋은 게 뭐냐면, 봐주는 저도 받는 분도 같이 배워가는 시간이 된다는 거예요. 타로 상담은 상담사가 카드를 읽고 의미를 전해드리는 일방향이 많아요. 근데 이 덱은 그렇지 않아요. 함께 책장을 넘기면서 “어머 이 꽃이 이런 의미예요?” 하고 같이 감탄하게 돼요. 그래서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받는 분도 마음을 편하게 여세요.

오라클은 이렇게 쓰는 거예요. 해석을 다 외워야 한다는 부담 없이, 카드를 사이에 두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도구. 6편에서 초보에게 권하는 오라클 두 벌을 소개했었는데, Botanical Inspirations도 그 결의 연장선이에요. 다만 6편에서 다룬 덱들보다 정보 밀도와 작품성이 한 단계 위예요.

카드 주머니까지 줘요

그리고 이 덱에서 제가 진짜 좋아하는 디테일이 하나 있어요. 카드 주머니가 동봉되어 있어요. 연한 하늘색 망사 천에 새틴 리본이 달린 주머니에요. 카드를 박스에 넣어둘 수도 있고, 이 주머니에 넣어서 가지고 다닐 수도 있어요.

저는 이 주머니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제가 산 건데 선물 받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카드, 가이드북, 폴드아웃 시트, 그리고 이 예쁜 주머니까지. 출판사가 “이 덱을 받는 분이 마음 따뜻해지셨으면” 하고 정성을 들인 게 박스 곳곳에서 느껴져요. 이런 패키징은 가격을 넘어선 가치예요.

꽃을 좋아하신다면

그래서 이 덱은 누구한테 추천할 수 있을까요. 답은 단순해요. 꽃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덱이에요. 정원을 가꾸시거나, 꽃집 지나갈 때마다 한참 들여다보시거나, 책상 위에 작은 꽃 한 송이라도 두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후회 없는 선택이에요.

그리고 제 경험으로는 여성분들이 특히 좋아하시는 오라클이에요. 빈티지 식물 도감의 정서, 빅토리아 시대 꽃의 언어, 명언과 함께하는 카드 디자인. 이 모든 게 부드럽고 따뜻한 결로 모여 있어서, 카드를 펼치는 시간 자체가 한 잔의 차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줘요. 친구나 가족 분께 선물로도 정말 좋아요.

오라클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께도 좋아요. 해석을 외울 필요 없이 가이드북과 함께 자연스럽게 읽어내려갈 수 있고, 카드 한 장 한 장이 그 자체로 작은 명언집이라 매일 한 장씩 뽑아 읽기에도 좋거든요. 6편에서 소개한 Angel Answers, Moonology와는 또 다른 결의 친구가 되어줄 거예요.

저는 이 덱을 만나서 정말 행복했어요. 카드가 예쁘고, 구성이 알차고, 사용자한테 정성을 들인 흔적이 곳곳에 있어요. 이런 덱을 만나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에요. 꽃을 사랑하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추천드립니다.

본 글은 제가 개인적으로 구입하고 사용한 덱에 대한 학습과 사용 경험을 공유한 것이며, 특정 제품의 구매를 권유하거나 제휴 링크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덱에 대한 평가는 제 개인적 사용 환경에서의 견해이며 모든 사용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본 글에 언급된 화가와 역사적 인물 관련 설명은 제 일반적 이해 수준의 정보입니다. 본 글은 전문적인 심리 상담이나 정신 건강 서비스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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