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점은 못 보는 타로 상담사

제가 받는 질문 중에 자주 등장하는 게 있어요. “선생님은 본인 점도 보세요?” 오늘은 그 답을 솔직하게 적어볼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제 점을 잘 못 봐요. 20년 넘게 타로 했는데도요.

왜 못 보냐면, 제가 원하는 답으로 해석하거든요

이유는 단순해요. 자점을 보면 저도 모르게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카드를 해석하게 되거든요.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도 잘 안 돼요. 카드 한 장을 뒤집으면, 머릿속에서 그 카드의 의미 중에 제 상황에 좋게 들어맞는 부분만 골라서 듣는 거예요.

예를 들어 누군가 같은 카드를 가지고 저한테 상담 받으러 오시면, 저는 그 카드의 그늘진 면도 짚어드릴 수 있어요. “이 부분은 조심하셔야 해요”라고 말할 수 있거든요. 거리가 있으니까요. 근데 제 일에 대해 같은 카드를 뽑으면 그 그늘진 면이 잘 안 들어와요. “아 이 카드는 좋은 면이 더 강한 카드지” 하면서 저도 모르게 좋은 쪽으로 기울어요.

좋은 답 나올 때까지 뽑게 돼요

그리고 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는 자점 볼 때 좋은 답이 나올 때까지 카드를 계속 뽑게 돼요. 첫 장에서 마음에 안 드는 카드가 나오면 “음 한 번 더 볼까” 하고, 두 번째도 별로면 “스프레드를 다르게 해볼까” 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카드를 한참 뽑고 있더라고요. 부끄럽지만 사실이에요. 하하^^;

나쁜 답이 나오면 무시하고 다음 카드만 보기도 해요. 이거 다 자점의 함정이에요. 저만 그런 게 아닐 거예요.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나 봐요.

근데 신기한 게 있어요

이렇게 제 입맛대로 카드를 뽑고 해석해도, 불가사의하게도 비슷한 결의 카드가 계속 뽑혀요. 좋은 답을 원하면서 뽑고 또 뽑아도, 결국 비슷한 메시지를 가진 카드들이 자꾸 등장해요. “이 방향이 아니야”라는 신호처럼요. 그러면 저도 결국엔 인정하게 돼요. “아 이게 답이구나” 하고요.

그래서 저는 자점이 완전히 무의미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한 번에 답이 나오지 않을 뿐이에요. 자점은 한 번 뽑고 끝나는 게 아니라, 며칠을 걸쳐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서 흐름을 보는 게 더 정확해요. 한 번 뽑은 카드에서 답을 찾는 건 어렵지만, 일주일 동안 같은 질문에 대해 뽑은 카드들의 결을 보면 답이 보이거든요.

사실은 직감이 더 잘 알아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자점에서 카드보다 직감이 더 정확할 때가 많아요. 제 인생에 대해서는 사실 제 마음이 가장 잘 알고 있거든요.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그 첫 느낌, “이게 맞는 것 같아”라는 그 잔잔한 확신. 이런 직감이 카드보다 먼저 답을 알고 있어요.

그럼 자점은 왜 보냐. 저는 자점을 볼 때 카드한테서 답을 듣고 싶다기보다는, 제 안에 이미 있는 답을 카드를 통해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직감으로 이미 알고 있는 걸 외부의 도구로 한 번 확인받고 싶은 거예요. 일종의 셀프 대화죠.

중요한 일은 다른 상담사한테 봐달라고 해요

그래서 저는 진짜 중요한 일이 생기면 자점을 안 봐요. 지인 상담사 분들 중에 신뢰하는 분께 부탁드려요. 그분이 카드를 펼쳐주시면 저는 그냥 내담자가 되는 거예요. 객관적인 거리에서 카드를 읽어주시는 분의 이야기를 듣는 게, 제가 혼자 카드를 뽑아서 해석하는 것보다 훨씬 정확해요.

이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거리가 있어야 보이는 게 있거든요. 아무래도 혼자 보다보면 자기가 바라는 해석이 섞일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안좋은 카드가 나오면 기분이 나빠서 계속 해서 자점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차라리 다른 분에게 봐달라고 하고 나온 카드와 해석에서 나오는 저의 직감을 활용하는게 더 나아요.

그래도 자점은 봐요. 재미로요

그렇다고 자점을 아예 안 보는 건 아니에요. 자주 봐요. 다만 자점은 제 진로나 큰 결정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카드와 친해지는 시간이자 재미로 보는 거예요. “오늘 하루는 어떨까” “이번 주 분위기는 어떨까” 하면서 가볍게 한 장씩 뽑아요. 그게 카드 공부에도 도움이 돼요. 9편에서 제가 카드 상징은 외우는 게 아니라 친해지는 거라고 했잖아요. 자점은 그 친해지는 시간으로는 정말 좋은 도구예요.

그러니까 자점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마세요. 카드는 카드일 뿐이에요. 카드한테 모든 답을 맡기는 게 아니라, 카드와 함께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쓰시면 돼요. 인생의 중요한 답은 결국 자기 안에 있어요. 카드는 그 답을 비춰주는 거울 같은 거예요.

혹시 자점 잘 보는 상담사를 만나신다면

마지막으로 한 가지. 만약에 “저는 자점 진짜 잘 봐요”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상담사를 만나신다면, 그저 그 상담사가 부러울 따름입니다. 저는 저의 잡음이 섞이기 때문에 자점을 보면 해석을 좋은쪽으로 하려고해서 해석이 해석이 아니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하…

저는 20년 넘게 했는데 아직도 제 점은 잘 못 봐요. 그게 부끄럽지 않아요. 오히려 그게 사람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자점은 종종 볼 것 같아요. 하하.. 아무래도 카드가 곁에 있는 이상 어쩔 수 없이 카드를 잡게 되는 것 같습니다.^^;

본 글은 제가 개인적인 타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며, 모든 타로 상담사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자점에 대한 견해는 제 20년의 상담 경험에서 나온 개인적 관점입니다. 본 글은 전문적인 심리 상담이나 정신 건강 서비스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댓글 남기기